본문 바로가기

전국 맛지도

[동대문 맛집?]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 '진옥화할매원조닭한마리'

반응형

스토리텔링과 현실의 괴리감? 진옥화할매원조닭한마리에게 묻다

음식의 맛과 명성은 경영주의 철학에서 나온다.
45년이 말해주는 역사와 여전히 줄을 잇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느낀 점은 창업주이신 진옥화 할머니의 경영철학이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지 궁금했었고,  다녀온 바, 그 아쉬움을 글로 남겨본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 라는 말처럼 진옥화 할머니의 창업정신은 죽기살기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닭' 요리로 승부를 걸었다.

 

신선한 재료에 최고의 품질에 순수한 자연식품만을 고집, 그리고 배고파도 돈이 없어서 못 먹던 손님들에게 자식을 챙기듯 식단을 챙겨주셨다고 한다 (회사소개 내용 인용)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 안의 갬성 음식가게

진옥화할매원조닭한마리 가게는 종로5가역과 동대문역 중간쯤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 안에 꼭꼭 숨겨져 있다. 
이곳이 무슨 무슨 시장이라고 속시원하게 명칭을 달아주면 좋으련만 딱히 시장명은 없고 '동대문 닭한마리골목' 이라는 네이버의 명칭만 둥둥 떠 있을 뿐.
닭한마리집이 많다보니 그냥 동대문 닭한마리골목이라는 골목명칭이 생겨난 것 같다.
그 외 구워주는 생선집들이 즐비하다. 
 

진옥화할매 원조닭한마리
진옥화할매 원조닭한마리
날이 더워 가게 안을 개방한 상태
날이 더워 가게 안을 개방한 상태
정겨운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
정겨운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
생선구이집들이 많다
생선구이집들이 많다


창업주는 있되, 창업정신은 없다?

음식점은 맛이다. 맛없으면 다른 요소들은 거들 뿐 소비자에게 외면 당할 수 밖에 없다. 
진옥화할매닭한마리집은 이미 맛집으로 정평이 나 있기에 의심의 여지없이 처음 방문도 주저하지 않았다. 
고르는 결정장애가 필요없는 단일메뉴 닭한마리(28,000원). 
 
닭한마리, 떡사리, 공기밥을 주문해 본다. 

진옥화할매닭한마리집 메뉴판
진옥화할매닭한마리집 메뉴판

 
 
곧이어 남루한 양은냄비에 적당한 사이즈의 닭과 대파 그리고 육수 그리고 빻은 마늘이 나온다. 
김치와 물은 셀프다. 
 
 

진옥화할매닭한마리집 닭한마리 메뉴
진옥화할매닭한마리집 닭한마리 메뉴

 
 
테이블마다 여러종류의 양념이 비치되어 있다. 
다대기, 식초, 간장, 후추, 소금, 겨자액 등
 
닭한마리와 빻은 마늘을 테이블에 놓아주고 불만 켜놓고는 가버린다. 고객이 알아서 먹어야 한다는 직감이.
물과 김치가 셀프인지, 양념은 어떻게 섞어서 먹는 조합이 가장 맛이 있는 건지, 불은 언제쯤 줄이거나 꺼서 먹는게 적당한 육질인지... 손님이 많지도 않은데 아무도 알려주는 식당 관계자가 없다. 
 
부르면 무표정으로 퉁명스럽게 다가와서 말도 안하고 행동만 보여주다 가버린다. 

빻은 마늘과 다대기
빻은 마늘과 다대기

 
욕쟁이 할머니 가게, 베짱 튕기는 줄서는 맛집이 머릿 속을 지나쳤다. 다 옛날 이야기다. 
요즘은 줄서는 맛집도 서비스 정신이 남다르다. 친절 뿐만 아니라, 음식을 사랑하는 철학과 전문성이 돋보인다.
종업원의 마인드를 보면 이 곳 사장을 경영 마인드를 알 수 있다. 
 
큰 양은 냄비에 닭한마리 달랑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아서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었다. 
팔팔끓고 먹을 때까지 그 누구도 다가와서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 고기만 잘라주고 갈 뿐. 

닭한마리 끓기 시작
닭한마리 끓기 시작

 
 
어떤 양념으로 찍어먹어야 할지 몰라서 옆 테이블 사람들의 방식을 곁눈질로 보고 양념을 하나씩 첨가해보았다. 
하도 답답해서 종업원을 불러서 어떻게 양념을 넣어서 먹어야 하나요 물었더니? 기호에 맞게 알아서 먹으란다. 
진옥화 할머니의 홈페이지에 진옥화 할머니는 그 옛날 손님을 자식 돌보듯 했다고 했는데 경영철학이 이어지지는 못했나 보다. 
 
어차피 다시 올 일은 없으니 내 취향대로 만들어 먹었다. 

닭한마리 소스, 직접 만들어서 먹어야 한다
닭한마리 소스, 직접 만들어서 먹어야 한다

 
 
먹는 동안 김치가 없어서 왜 안갖다 주나 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김치와 물은 셀프라고 써 있었다. 
옆테이블이 떡사리를 시켜 먹길래 따라해 보았다. 쌀떡은 아니고 밀떡이다. 

밀떡 투하
밀떡 투하

 
 
김치가 쉰건지, 넘 새콤하고 영 닭한마리와 어울리지 않는다. 
겉절이든, 알맞게 익은 김치든 아니면 전라도 숙성김치든 명확한 컨셉이면 좋겠는데 김치 좋아하는 내가 처음으로 김치에 
손을 대지 않은 건 첨이다. 

쉰김치는 탕에 넣어서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쉰김치는 탕에 넣어서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맛후기 (내돈내산)


음식은 호불호가 누구나 있기에 각자의 평가는 제각각일 수 있다. 맛평가는 딱히 할게 없다. 닭국수집 정도라
그많은 평가들이 모여서 그 집의 명성과 역사가 스토리텔링 되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6.25 전쟁을 거쳐 우리나라는 강대국처럼 100년이 넘는 음식점들이 거의 없다. 
 
진옥화할매닭한마리집이 45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면서 주인으로 보이는 분께 물었다. 김치가 꽤 시어서 먹기가 좀 그랬는데 
원래 이런 맛을 유지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새로 할 때가 되어서 숙성정도가 좀 되서 그런건지 궁금했다. 
 
돌아온 답은 무표정과 귀찮다는 듯 닭한마리에 김치를 넣어서 먹는 거란다. 그냥 먹을 수도 있지만 보통 넣어서 먹는단다. 
정중하게 물었다. 그러면 처음 방문해서 먹는 법을 몰라서 종업원이 그런 것을 좀 알려주면 좋았을 법 했다 말하면서 
여러 양념들도 어떻게 소스를 조합해서 먹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고 하니... 그걸 알려주는 사람이 어딨냐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귀찮은 표정이 얼굴에 가득하던 찰라~~ 순간 태세를 전환해서 직원들에게 다시 교육을 시키겠다고 사과하는 듯 행동을 보인다. 
 
식당을 선택하는 건 소비자의 자유다. 
나는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경영자의 멋진 경영철학과 그 피땀흘린 과정을 알고 싶기도 하다. 
 
진옥화 할머니를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진옥화 할머니의 경영철학이 계승되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여겨져서 씁쓸한 맘으로 가게 문을 나섰다. 창업자의 얼굴 걸고 장삿 속에만 가게를 운영하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스토리텔링이 있는 멋진 가게로 환골탈태하길 바란다. 
 
가게문을 나와 전태일 동상으로 나오기 마지막 생선 굽는 가게 주인께 잠깐 지나치면서 이곳 시장에 대해 잠시 여쭤보기만 했는데 매우 친절하고 프로답게 답변을 해주셨던 인상적인 느낌과 진옥화할매닭한마리집 사장님의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나의 뇌리 속에 너무 상반된 기억으로 남아버렸다. 

반응형